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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 남기고 떠난 네 빈 자리가 너무 크구나
작성자 이영화 작성일 2008-05-26 05:59:45
조회수 1,758 분류 일반 


    외손녀 민서에게

  민서야, 고사리 손에서 정을 만져 보려고 데리고 온 너, 치대고 볶아야 피 같은 붉은 정을 뽑을 것 같아 가슴과 가슴을 서로 치댄다. 양수 물에 떠있던 기억으로 세상을 맑게 바라보는 너의 눈동자, 뒤뚱이는 걸음은 열일곱달 살아온 바깥 세상이 자꾸만 궁금해지는가 보구나.
비둘기 꽁무니를 쫒아가다 하늘로 날고 싶은 손짓에 몸은 마음을 따라 잡지 못하고 뒤뚱이며 넘어질 때, 네 이마의 땀을 훔치던 바람이 무릎을 일으킨다. 걸음을 허덕이다 하늘을 쳐다보는 민서 너의 눈이 참 맑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엄마'를 부를 때 너는 막 벌어지려는 진달래 꽃잎 같이 참 곱다.
  "이게 뭐야?" 물음표를 달고 다니는 손가락, 따스한 햇볕이 가르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대답을 해 주고 봄비도 문 밖에서 기다리는데. 몇번씩 서툰 입술을 달싹이며 기억하는 동안 내 기억 속의 이름들을 하나씩 꺼내 놓는구나. 진달래 꽃잎처럼 낯을 가리지 않는 우리 민서는 손짓으로 보듬으면 덥석 안기는 볼에 귀여움이 흐른다.
  벽에 걸린 네 엄마 사진을 한 번씩 쳐다보며 부르는 게 그게 그리움일 것이다. 우유병과 곰순이를 꼭 끼고 자는 허전함을 이 할미는 채우지 못하나 보다. 일주일을 치대고 뒹굴다 네가 집으로 돌아간 뒷자리, 민서야 꿈만 같구나. 정을 나누고자 했던 것이 정을 두고 간 것일까. 곰순이 인형을 무척 사랑한 민서. 네가 자꾸 눈에 밟힌다.
  사랑하는 내 딸 동림아, 네가 가르치는 초등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생각나는구나. 네가 멀리 청주에 있어 민서를 봐주지도 못하는 마음이 늘 미안했다. 외손녀 민서를 늘 그리워하다 며칠을 데리고 있으면서 느낀 내 마음이었다. 먼 훗날 너와 민서에게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영화. 부산 서구 서대신동
(사진은 외손녀 김민서양과 이영화씨)


* 이영화씨는 구덕교회 집사님(서대7구, 5여전도회)이며, 이강주 집사님(2남선교회)
   1남(이경재) 1녀(이동림) 가정입니다
* 2008년 5월 24일(토) 부산일보 22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 편집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