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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의 기적
작성자 배영호 작성일 2004-10-13 13:36:07
조회수 1,545 분류 일반 
어느 날 한 사람이 내 방에 찾아왔던 때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내 강의를 들었던 학생인데 학교에 들렀다가 내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번에는 문제가 있어서 온 것도 아니고 교수님께 질문할 것도 없습니다. 상담이나 조언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선생님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왔어요."

우리는 서로 바닥에 마주 앉아서 지난해 삶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직장과 우리가 같이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마음의 불안함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서서히 우리는 말을 드문드문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안절부절못하게 하는 침묵이 아니라, 지난해에 같이 했던 크고 작은 많은 행사들보다 더 우리를 가깝게 만들어 주는 침묵이었습니다.

차 몇 대가 지나가는 소리와 누군가 쓰레기통을 비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불쾌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이에 그윽하게 차 오른 침묵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생기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따금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두려움과 의심의 마지막 찌꺼기마저 밀어내는 웃음을 짓곤 했습니다. 침묵이 점점 짙어질수록 우리는 우리 둘을 감싸안는 한 존재에 대해서 점점 더 의식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여기 있으니까 좋습니다."

"그렇군, 이렇게 다시 함께 있으니 좋군."

그런 다음 또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깊은 평안이 우리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웠을 때 그는 머뭇거리며 말했습니다.

"선생님을 보고 있으니 마치 그리스도를 뵙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흠칫 놀라지도 않았고 또 아니라고 하고 싶지도 않았으며 다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자네 안에 있는 그리스도가 내 안에 있는 그리스도를 알아챈 것일세."

"맞습니다. 정말 그분이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그 다음에 그가 한 말은 수많은 세월 동안 내가 들어 본 말 중에서 가장 치유력이 있는 말이 되어 내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이제부터는 교수님이 어디를 가시든지 혹은 제가 어디를 가든지 우리 사이의 모든 땅은 거룩한 땅일 겁니다."

그가 떠난 다음 나는 그 말 속에 공동체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두려움 없이 자신의 고독을 나누는 사람들에게는 사람들간의 모든 땅이 거룩한 땅이 되기 때문에 이런 내면의 의식은 우리로 하여금 아주 멀리까지 가볍게 여행하게 해줍니다.


- 헨리 나우웬 저 <영적 발돋움>(두란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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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밟는 땅이 거룩한 곳이 되도록 살고 싶어 이글을 옮깁니다.